제목 "대통령 당선인 모교라서 심판이 편들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심판위원장 항변 [춘추 아마야구]
등록일 2022.03.25 19:03
글쓴이 방병수
조회 1039

스포츠춘추배지헌 기자 입력 2022. 03. 25. 18:00 수정 2022. 03. 25. 18:00
5회까지 덕수가 6대 1로 앞서 있던 경기가 충암고의 9대 0 승리로 끝났다. 24일 목동에서 열린 고교야구 결승전이 황당한 오심과 선수단 철수에 이은 몰수패로 허무하게 끝났다.

고교야구 대회가 열리는 목동야구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사진=스포츠춘추 DB)

[스포츠춘추=목동]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오심 논란으로 얼룩졌다. 덕수고가 5점 차로 앞서있던 경기가 오심 논란과 판정 항의에 이은 선수단 철수로 충암고의 9대 0우승으로 끝났다. 우승팀을 바꾼 황당한 오심을 놓고 ‘감독이 아닌 심판이 징계 대상’이란 비판부터 ‘대통령 당선인 모교가 우승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문제의 경기는 3월 2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22 선수촌병원장기 서울특별시 U19춘계야구대회’ 결승전. 서울 명문 덕수고와 충암고가 만난 경기는 5회까지 덕수가 6대 1로 앞선 가운데 진행됐다.


5회말 충암고 공격에서 일이 터졌다. 충암의 무사 1, 2루 득점 찬스. 여기서 충암 2번타자 이충헌이 바운드볼에 배트를 내 낫아웃 상황이 됐다. 3피트 라인 안쪽으로 뛰는 타자 주자를 의식하느라 포수의 송구가 빗나갔고, 그 사이 타자 주자가 1루를 밟았다.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덕수고 선수들과 감독이 즉각 항의했다. 타자주자가 내내 3피트 라인 안쪽으로 달린 점을 지적하며 ‘수비 방해’ 아웃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심판진 4명이 모여 의논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원심 그대로 세이프 판정이 유지됐다.


그러자 덕수고 정윤진 감독이 선수단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였다. 그라운드에 선수 한 명만 남겨 놓은 채 항의를 이어갔다. 심판위원장까지 나와 감독을 설득했지만 판정이 뒤집히는 일은 없었다. 결국 덕수고는 마지막 남은 선수까지 불러들였고, 심판은 공식야구규칙 ‘경기의 개시와 종료’ 조항에 따라 덕수고의 몰수패를 선언했다.


야구규칙 4.17은 ‘어느 팀이 경기장에 9명의 선수를 내보내지 못하거나 또는 이것을 거부하였을 경우 그 경기는 몰수되어 상대 팀이 승리하게 된다’고 돼 있다. 기록 규정에 따라 경기 결과는 충암의 9대 0승리로 기록됐다. 덕수가 6대 1로 앞서있던 경기가 충암의 9대 0우승으로 끝난 셈이다.


오심과 몰수패로 우승팀이 바뀐 결과를 놓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프로팀 스카우트는 “명백한 오심이었다. 타자주자가 아예 잔디 위로 달렸는데도 심판이 세이프 판정을 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충암고 타자들이 유독 3피트 라인 위반이 잦은 편인데 이런 건 코칭스태프가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야구 관계자도 “1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4심 합의에서도 오심을 바로잡지 않은 건 더 이해 불가”라고 꼬집었다.


이날 경기를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 상에 올라오면서 논란은 더 거세졌다. 고교 학부모들이 모인 한 단체 채팅방에는 “충암의 텃세인지 심판 오심인지 모르겠다” “대통령 당선인 모교가 우승했다”면서 심판진이 노골적으로 충암을 편들었다는 비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고교야구 관계자는 “덕수고 정윤진 감독이 단지 5회말 나온 판정 하나 때문에 선수단 철수를 지시한 게 아니다. 스트라이크/볼 판정부터 시작해 경기 내내 충암 쪽에 유리한 판정이 나왔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정윤진 감독은 “아이들이 이런 야구에서 뭘 배울 수 있겠나 싶었다. 선수들과 ‘이런 경기에서 우승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나눴고 그래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회를 주최한 서울시야구소프트볼협회 측은 판정에 실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덕수고의 선수단 철수는 지나쳤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아무리 판정 불만이 있더라도 경기는 끝까지 해야 한다. 심판에 대한 제재는 경기가 끝난 뒤에 따로 논할 문제”라며 대회 결승전이 몰수패로 허무하게 끝난 데 아쉬움을 표했다.


“전국단위 대회가 아닌 서울팀만 참가하는 대회고, 학생선수들의 입시성적에도 포함되지 않는 대회라고 가볍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야구 관계자는 “예전부터 덕수고와 충암고 감독 간에 라이벌 의식이 강했다”면서 감독간의 자존심 싸움을 이번 사태 원인으로 바라봤다.


서울시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4심 합의 결과가 나온 직후 심판위원장은 덕수고 정윤진 감독에게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실상 심판진의 오심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4심 합의는 규정상 번복이 불가능해 판정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임병훈 서울시야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정윤진 감독에게 사과한 건 사실이다. 정 감독이 화가 많이 났는지 선수단을 철수하겠다고 하기에, ‘저쪽에 이야기할 테니 좀 참아 달라’고 달랬는데도 안 되더라. 그렇게 되니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심판진이 충암고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 ‘대통령 당선인 모교라서 편을 들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위원장은 “오버라고 본다. 대통령 당선인과 서울시에서 하는 고교 대회를 결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당선인은 당선인이지 심판과 무슨 상관이 있나. 그런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협회는 다음주 초 운영위원회를 열어 24일 결승전 사태에 대한 징계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논의 결과에 따라 스포츠공정위원회 회부가 결정된다. 아마야구 관계자는 “선수단을 철수해 경기장 질서를 어지럽힌 정윤진 감독에 대해 제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심을 저지른 심판에게도 책임이 있는 만큼, 심판진에 대한 제재도 함께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spochoo.com

댓글

  • 박준호 (2022.03.30 08:21)
  • 당시 동영상을 보면 1루에 주자가 없는것이 확인됩니다.
  • 방병수 (2022.03.25 19:08)
  • 기사 내용 중 상황 설명이 잘못된것이 아니라면, 이건 너무 기초적인 룰도 적용 못한 오심입니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어떻게 낫아웃이 성립이 되어서 바로 아웃이 선언되어야 할 타자가 1루로 질주하도록 나두었는지??
    3피트라인의 벗어난 주루행위로 인한 수비방해를 논하기 전에 이미 아웃이 된 타자의 미인지 주루가 되는 것인데 그 상황에 세이프를 선언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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